스마트폰, 로봇,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우리는 이미 가상 인간(virtual human)을 익숙하게 마주하게 되었다. 가상 인간은 광고계를 중심으로 산업계와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미국의 ‘릴 미켈라(Lil Miquela)’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11만 명이라고 하며,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 중에 한 ‘사람’이었으며, 연간 140억 원(2019년 기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 은행 광고에 등장한 가상 인간 ‘로지(Rozy)’는 12만 명이 넘는 팔로워가 있으며, 자동차와 패션, 식음료 분야의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며 가수로도 데뷔하였다. 지난 2월 22일 ‘후 엠 아이(Who Am I)’를 발매하며 가수로 데뷔한 로지는 1998년 국내 최초의 사이버 가수 아담 선배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인터뷰에 의하면 “인간 세계에 살아가는 ‘가상 인간’으로서 느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제(로지)가 느낀 감정들을 서정적인 가사와 미디엄 템포의 멜로디로 담아낸 발라드 곡”이며, “매일 들어도 좋은 곡이지만, 특히나 고민이 깊어지는 밤에 듣길 추천한다, 타인의 수많은 시선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맞는 길을 가고 있는지 고민하고 잠 못 드는 모든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제 실존 인물 가수와 가상 인간 가수를 구분하는 게 별 의미가 없을 지경이다. 특히 대중의 반응을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외에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가상 아이돌이 등장해 배우와 가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로지뿐 아니라 루시, 김래아, 한유아 들이 가상 인간으로 데뷔해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상 인간은 진화를 거듭하여, 대중과 인간적 공감을 이루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가상 인간은 인간과 기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철학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우리 인간이 사이보그(Cyborg)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사이보그가 인간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사이보그와 인간 간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로맨틱 사이보그(Romantic Cyborgs)’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21세기 정보통신기술과 인간과의 관계를 분석해 전 세계 기술철학계의 찬사를 받은 이 책은 인간과 기술에 대해 근본적이고 강력한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