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일, 고양이의 일』을 쓴 단단의 직업은 시각예술가이다. 그런데 단단에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물으면 ‘동네고양이 돌봄’이라고 대답한다. 그는 본래 동물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유기동물을 딱하게 여기고 동물 학대 뉴스엔 분노했지만 그 정도였다.30년을 산 방배동에서 고양이 가족이 눈에 들어온 건 2015년 5월이었다. 그의 집 창문에서 1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공터에 고양이들이 나타났다. 그런데 정말 ‘나타난’ 걸까? 고양이는
... 영역동물이니 그곳에서 대를 이어가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야옹아” 하고 부르고 먹이를 준 이후 어미고양이는 새끼 둘을 데리고 공터로, 아니 단단의 창문 앞으로 찾아왔다.책은 2015년의 이 마주침을 시작으로 저자가 동네를 떠나는 2017년까지 849일간 있었던 일들을 기록한 것이다. 등장하는 고양이 수만 총 29마리. 그들이 사람 또는 각자의 사정 때문에 겪는 일과 그것을 지켜보며 고민하는 사람의 일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드라마이자 르포이고, 동물행동 관찰기이기도 한 이 책은 사람이어서 하게 된 복잡한 일들의 총체라는 점에서 그 장르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 의미 있는 것은 오직 책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